노인학대예방
‘말귀 못 알아 X 먹는 할배-진상 손님’
저녁 시간 우연히 보게 된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낯선 단어가 보였습니다.
무슨 내용일까 하고 찾아 본 내용은 정말 우울한 소식이었습니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할아버지 손님에 대해 피자점 직원이 영수증에 그렇게 표시한 것이죠. 할아버지의 자녀가 그 영수증 문구를 보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뉴스까지 나왔습니다. 피자 가맹점 본사는 부랴부랴 사과글을 올렸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사건입니다.
노인을 무시하는 태도, 과연 이 피자가게만의 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 친구들과 방과 후에 들른 햄버거 가게에서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주문을 제대로 못해 서성거리는 할아버지를 뵌 적이 있었는데요. 햄버거 종류를 선택하고, 음료와 사이드 메뉴를 고르는 과정이 복잡하여 몇 번을 물으시며 곤란을 겪으셨습니다. 사실 복잡한 메뉴에 주문 절차까지!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사실 낯선 것이 정상이죠.
그런데도 뒤에서 기다리는 대학생 언니들은 할아버지가 다 들리도록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후 나는 집에 와서 우리 할머니에게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햄버거나 피자가게 등에는 가시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 할머니도 저렇게 사람들이 싫어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100세 시대라는 용어를 인터넷 뉴스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주 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세월을 살아온 분들에 대한 ‘공경’은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100세 장수 시대가 된다는 말 뿐입니다. 내 주변에만 해도 80세 할머니, 84세 외할머니가 계십니다. 피자점이나 자주 가는 음식점에 ‘노인’들을 위한 메뉴 주문 직원이 있으면 어떨까요? 매장 이미지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6월 15일은 세계노인학대인식의 날!
우리나라는 2018년 현재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겼다고 하는데요. 세계에서도 가장 빠르게 고령사회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시대에 우리는 노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노인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노인에 대한 각종 사건 사고도 자주 일어지만 그때 뿐인 경우가 많지요.
특히 노인학대 문제는 더 이상 특별한 뉴스가 아닙니다. 노인학대의 가해자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을 부양해야 할 아들을 포함한 가족이나 노인 요양 시설이라는 것도 마음이 아픕니다.
지난 6월 15일은 세계 노인학대인식의 날 이었습니다. 노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 노인학대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세계 노인학대방지망(INPEA)이 2006년부터 유엔(UN)과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정한 세계기념일인데요.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노인복지법개정을 통해 이날을 공식적인 ‘노인학대예방의 날’로 정했답니다. '노인학대'란 신체적ㆍ정서적ㆍ언어적 학대 및 유기ㆍ방임으로 인한 소외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노인복지법』 제39조에 따라 아래와 같은 행위 모두 노인 학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인복지법 |
노인이 되면 청년일 때 보다 행동이나 판단이 느려지고, 눈과 귀가 어두워지는 게 당연합니다. 조금은 안 들리셔도, 조금은 느리셔도, 우리 주변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나의 가족이라 생각해 보고 기다려드리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하면서 차근차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네 도움 받기 싫어!” 라고 하면서 화를 낼 노인은 없을테니까요.
크게 보면, 어르신들에게 느리다거나, 말을 잘 못알아 듣는다고 수군대는 것 자체도 학대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모두 늙어갑니다. 지금 노인의 모습이 훗날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절대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노인을 공경해야 할 이유입니다.
학교에서도 배려 교육을 좀 더 했으면 좋겠습니다. 노인을 공경하는 것이 법률만 있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마음을 열고 귀를 열고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 제10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최인화(중등부)